많은 과학자들이 세계 3대 과학저널로 불리는 ‘셀(Cell)’,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지에 자신의 논문을 싣기를 원한다. 이들 잡지에 논문을 실을 경우 과학계로부터 신망을 얻는 것은 물론 연구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문제는 지면이다. 아무리 좋은 논문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지면이 한정돼 있어 논문을 게재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쟁률이 높아 실제로 논문을 싣는 경우는 5~10%에 불과한 실정이다. 90~95%에 달하는 논문이 다른 전문지를 찾아봐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과학자들이 ‘셀’, ‘네이처’, ‘사이언스’에 집중된 논문 게재 풍토를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논문게재가 좌절된 젊은 과학자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것. 이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벤처기업이 나섰다.
네이처·사이언스·셀 '3대 과학저널'의 문제점 해결
28일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스위스의 스타트업인 ‘사이언스매터즈(ScienceMatters)’는 온라인에서 보다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모든 과학자들이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 오픈소스(open source) 형태의 플랫폼을 개발했다.

오픈소스는 소스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사이언스매터즈’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과학자들이 작성한 우수 논문을 무상으로 공개할 계획. 이를 위해 지난 50년간 발표된 우수 논문들을 재편집하고 있는 중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새로 작성된 논문들을 ‘셀’, ‘네이처’, ‘사이언스’와 같이 차원높은 논평과 함께 온라인 상에 무상 게재할 예정. ‘사이언스매터즈’의 설립자인 로렌스 라젠드란(Lawrence Rajendran) CEO는 “이 플랫폼을 통해 지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라젠드란 CEO는 뇌과학자이면서 또한 출판인이다. 그는 박사 학위 과정을 밟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일부 잡지에 편중되고 있는 논문 게재 풍토가 참신한 논문을 수용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고 공평치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런 좋지 않은 문화가 순수해야할 과학문화 풍토에 호전적인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명성이 있거나 경험이 많은 중견 과학자들이 아니라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논문을 게재할 지면을 할애받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밀란 대학의 모니카 디 루카(Monica Di Luca) 교수는 “저명한 잡지에 논문을 게재키 위해 연구를 홍보해야 하는 연구자들을 새로 뽑아야 했다”고 말했다.
참신하고 뛰어난 논문 일반에 대량 공개
‘사이언스매터즈’에서는 오픈소스 형태의 플랫폼을 통해 참신하고 우수한 내용의 논문을 선별해 일반에게 게재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그동안 지면 문제로 고민해왔던 과학자들은 큰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플랫폼에 논문을 싣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내용으로 그 논리가 완벽해야 한다. 또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참신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논문 심사는 저자와 편집자가 알지 못하는 익명의 과학자를 통해 진행된다.
이에 따라 자칫 있을지 모르는 정당성과 공평성을 저해하는 일을 방지해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과학논문 전용 플랫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랜디 셰크먼(Randy Schekman)이 설립한 ‘이라이프(eLife)'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셀’, ‘네이처’, ‘사이언스’ 지의 불합리한 논문 채택 시스템을 비난하며 2012년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생명과학분야 신생 저널로 역사가 4년에 불과하지만 2015년 기준 피인용지수가 8점대로 높아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 알짜로 통한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또 다른 플랫폼 ‘프론티어(Frontiers)' 역시 유사한 경우다. 그러나 ’사이언스매터즈‘의 라젠드란 CEO는 “’이라이프‘, ’프론티어‘와 같은 플랫폼들이 기존 과학지 관행을 타파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셀’, ‘네이처’, ‘사이언스’ 지처럼 또 다른 금수저 저널이 됐다는 분석이다. 라젠드란 CEO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매터즈’에서는 철저하면서도 공평한 논문 평가시스템을 위해 네트워크 기반의 알고리즘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구글 사이언스(Google of Science)’처럼 모든 논문을 보다 투명하게 일반에게 공표할 예정이다. ‘사이언스매터즈’는 현재 EC(유럽공동체)와 엑셀러레이터인 ‘매스챌린지 스위스( MassChallenge Switzerland)’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투자회사 ‘벨룩스 파운데이션(Velux Foundation)’으로부터 38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많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언스매터즈’에서는 특히 취리히 대학 등 주요 대학들과 협약을 맺고 젊은 과학자들의 논문 게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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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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