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랫동안 노화를 연구해 온 두 명의 과학자, 스티브 오스태드 미국 앨라배마 버밍햄대 교수와 제이 올생스키 시카고대 교수가 2050년까지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와 ‘115세까지 살 수 있다’에 내기를 걸어 화제가 됐었다.
그만큼 인간의 기대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살아도 병상에 누워, 온전한 정신이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기대수명만큼이나 건강수명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병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혁신, 노년 삶을 개선한다
이에 대해 지난 30일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17’에서 인구통계 및 노인학 전문가인 장 마린 로빈 프랑스 국립고등연구소 교수는 “인간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85~90세까지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연구는 물론 엔지니어링 과학과 다양한 기술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한 인간의 보호와 저항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도 “노화연구의 획기적인 터닝포인트는 생물학적인 연구뿐 아니라 임플란트나 인공관절과 같이 노화로 약화된 인간의 기능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여러 기계적이고 공학적인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일치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혁신이 양질의 고령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노벨프라이즈 다니얼로그 서울’에서는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르주 아로슈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노화에 대한 도전과제를 다루는 ‘에이징2.0’의 창업자 스테판 존스톤 대표, 심은수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연구센터 연구위원 등이 스마트테크놀로지가 노년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과학기술이 사회로부터 분리 격리되고 있는 고령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개도국의 고령자들은 안경이나 보청기와 같은 기술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기초적인 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노년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은수 연구위원은 “많은 고령자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류 안에 장착되어 있어서 기계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 있어 착용로봇디바이스와 같은 것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음성비서 서비스나 표정인식 기능 등과 같이 노인들이 스마트폰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고령자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IT기술을 뒤처지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그것을 돕는 인공지능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발전 보다 고령자 중심적 접근 필요해
하지만 이런 기술 중심의 접근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스테판 존스톤 대표는 그 이유를 “스마트홈에서 스마트포크와 스마트지팡이로 생활하던 고령자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얼마나 걸었는지를 스마트기기를 통해 감시받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인간중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84세의 고문이 있는데, 혼자 살고 있어 높은 선반의 물건을 내리기 불편했던 그에게 필요한 것은 사용하기 편하고 휴대성이 뛰어난 발판이었다”며 고령자 개인 맞춤형 솔루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즉, 고령자들이 자녀가 떠난 빈방을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대여해 줌으로써 경제에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도 과학기술이 노년 삶의 질을 향상시킨 좋은 예가 될 것이란 얘기다.
또한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과학기술의 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그것이 고령자들을 위해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과거에도 그랬다고 MRI기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요즘 MRI(자기공명영상) 기술이 알츠하이머 조기진단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1947년 핵자기공명기술을 개발한 미국의 물리학자는 전혀 이런 방향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며 “인간의 여명을 건강하게 지키는데 가장 큰 적이 되고 있는 치매의 치료체와 같은 돌파구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테판 존스톤 대표도 “최근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지나치지 않고서는 커피를 사러가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기술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동감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고령자들이 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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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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