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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존재하는 것들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8) 중성미자 질량측정

김제완의 새로운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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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쿼크와 렙톤(quark and lepton)으로 되어있다는 것이 현재 물리학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우주의 구성요소이다. 그런데 렙톤 가운데서 전자는 우리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전자 제품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전자와 쌍을 이루고 있는 전자중성미자에 대한 정보는 아주 빈약하다. 존재한다는 것은 아는데 그 질량(무게)조차 모르고 있다.

10월 14일 독일 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카스트린(KASTRIN) 이란 장치가 완성되어 중성미자의 질량 측정에 나섰다. 그들은 1 Kev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성공여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획기적인 과학적 사건임에는 틀림없다.453중성미자를 잘 모르는 독자를 위해서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1931년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W. Pauli)가 중성미자(neutrino)란 가상적인 소립자의 존재를 예언한 지도 벌써 80여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1930년 12월 당시 동위원소 연구의 권위자들이 난처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튀빙겐대학에 모였었다. 그 문제란 당시의 모든 기초과학을 뒤흔들어 놓을 만한 일로서 동위원소의 붕괴에서 나오는 베타선 방출이 마치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를 설명할 방법이 막연했던 것이다.

이렇게 권위자들이 모여서 지혜를 짜내려고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신 30세밖에 되지 않았던 파울리는 어떤 무도회에 참석하여 사교춤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벌써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여유 있는 춤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자기의 선배 학자들에게 보내는, <친애하는 동위원소 권위자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자기의 생각을 털어놓았다.777동위원소가 붕괴되는 현상에는 알파, 베타, 감마 붕괴가 있는데 이중에서 전자를 방출하며 붕괴되는 현상을 베타(β)붕괴라고 한다. 그 때 나오는 β선은 전자로 되어 있기에 자장을 통과하게 되면 휘어지고 얼마만큼 휘어지는가에 따라서 그 에너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동위원소가 β붕괴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전자가 지니고 나가는 에너지보다 많아 마치 에너지의 일부가 아무런 원인도 없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파울리 교수는 눈에도 안 보이고 전기나 자장의 영행도 받지 않으며 무게도 없는 유령 같은 작은 입자가 동시에 방출된다고 생각했다. 이 입자는 전기도 지니지 않고 무게조차 없지만 에너지를 지닐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에너지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유령 같은 이 소립자가 가지고  달아난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말은 들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페르미는 작은 중성자라는 뜻으로 <중성미자> 라고 이름 지었다.

중성미자는 아주 미미한 존재다. 1백억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몸을 뚫고 지나가도 우리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이는 몇 개의 빛의 알갱이인 광양자가 눈에 들어와도 우리는 곧 빛임을 알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중성미자야말로 유령 같은 소립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성미자는, 태양이 저렇게 밝은 빛을 내는 원동력인 수소핵융합 반응에서 에너지를 갖고 나옴으로써 계속적인 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 초당 1백억 개의 중성미자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고 있지만 우리들이 이를 못 느낄 따름이다. 말재치가 있기로 유명한 1988년도 노벨상 수상자인 레온 레더먼 (L. Lederman)은 다음과 같이 중성미자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관측할 수 없으면 이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중성미자는 겨우 존재하는 실체인 것이다.”555‘겨우 존재’하는 이 중성미자도 파울리가 예언한 지 30년 후 드디어 발견되었고 이제는 요긴하고 필수불가결한 소립자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겨우 존재’하는 까닭에 아직도 그 무게조차 알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는 80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파울리 박사가 살아있다면 야단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 저작권자 2016.10.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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