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서도 추위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덥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온도 조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기술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Wired)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과학자들이 개별 냉·난방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온도수용기의 원리를 응용한 스마트 팔찌
리스티파이(Wristify)라는 이름의 이 디바이스는 손에 차고 있는 사람의 온도를 조절해 주는 팔찌 형태의 개별 냉·난방 기기다. 날씨와 기온에 따라 사용자의 체온을 조절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에너지 절약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리스티파이는 미 MIT대의 연구진이 개발했다. 손목에 일정한 압박을 가하여 맥박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피부가 열을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온도가 조절되는 기분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현상은 몸 속 감지센서라 할 수 있는 ‘온도수용기(thermoreceptors)’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피부에 전해지는 공기의 온도 및 습도를 분석하여, 이를 뇌 시상하부에 전달하면서 덥거나 추운 감각을 느끼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다.
리스티파이의 작동방식을 살펴보면, 우선 사용자의 외부 온도와 체온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초기 과정이 있다. 온도 감지 후에 너무 덥거나 혹은 춥다고 느껴지면, 1초당 0.1~0.4 쿨롱(coulomb) 정도의 전하량을 손목에 인식시켜 체내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여기서 쿨롱이란 전하의 단위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MIT대의 샘 쉐임즈(Sam Shames) 연구원은 개발 동기에 대해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온도로 에어컨을 사용하려 할 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하며 “우리 연구진은 주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평범한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찾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에 착수하기 전에 읽은 다양한 생리학 저널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온도를 경험하게 되는지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특히 그 중의 한 논문이 리스티파이의 개념을 수립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쉐임즈 연구원은 당시를 떠올리며 해당 논문을 통해 신체의 서로 다른 부위를 국부적으로 덥게 하거나 차게 할 때, 어떻게 사람이 덥거나 시원함을 느끼는 지에 대해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어떤 원리로 덥다고 느끼거나, 시원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인간의 몸과 피부는 온도조절기 같은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일정한 온도에서 신체에 차가운 것이 지속적으로 닿으면 곧 신체는 그 온도에 순응하여 더 이상 차갑다고 느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숲속의 연못에 뛰어든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처음에는 당연히 차갑다고 느낀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물의 온도에 익숙해지며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와 같은 신체의 변화 정도를 배우면서, 쉐임즈 연구원은 차가운 물체를 갑작스럽게 가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신체는 이를 시원하게 느낀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리스티파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게 되었다.
쉐임즈 연구원은 리스티파이를 소개하는 자리라면 어디든지 “사용자로 하여금 찬 물에 뛰어들었을 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시원함을 느끼는 것처럼, 반대로 뜨거운 목욕탕에 몸을 담궜을 때 잠시 후에 따뜻함을 느끼도록 하는 디바이스라 말하고 다닌다”라고 밝혔다.
공동 냉·난방에서 개인별 냉·난방으로의 변화
현재 쉐임즈 연구원과 그의 동료들은 리스티파이의 시제품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사람이 느끼는 지각적 순간(perceptual tick)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도 변화가 섭씨를 기준으로 하여 1초에 0.1도 이상 변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이 제작 중인 팔찌 형태의 리스티파이는 열전기(thermoelectric)를 이용하여 피부를 덥거나 차게 하는데, 초당 섭씨 0.4도의 속도로 피부 온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쉐임즈 연구원은 “현재는 대략 5초 동안 작동하고 10초 동안 중지하는 식으로 작동하며, 주위의 가족은 물론 모든 지인들에게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하면서 “보편적으로 리스티파이를 착용했을 때 보이는 반응은 미소를 짓는 것인데, 이는 사람들이 확실하게 효과를 느끼고 있다고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제품 형태로 제작 중인 리스티파이의 현재 모습은 싸구려 시곗줄에 전자 장비가 뒤죽박죽 연결된 상태여서 모양새는 좋지 않다. 그러나 MIT대 연구진은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의 개발 과정은 개인별 냉·난방 디바이스의 기능적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작업은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리스티파이가 상용화된다면, 지금까지의 공동 냉·난방이란 개념에서 벗어나 개인별 냉·난방이라는 신개념의 온도 조절 시대가 막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혁명적인 제품이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도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16.5퍼센트(%)가 냉·난방에 이용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리스티파이로 인간의 체온 조절이 완벽하게 조정이 가능해진다면,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 놀라운 발명품은 지난해 MIT대에서 진행한 첨단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인 매드맥(MADMEC)에서 우승했으며, 현재는 ‘메이크 잇 웨어러블 챌린지’(Make IT Wearable Challenge) 공모전의 최종후보까지 오른 상황이다.
이 공모전은 글로벌 기업인 인텔(Intel)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개발 촉진을 위해 주최하고 있는 글로벌 공모전으로서 전 세계 대학생, 연구원, 개발자,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권위 있는 대회다.
특히 실제 웨어러블 기기의 개발 실현을 목표로 하는 만큼, 시장 출시 가능성과 기술 잠재성을 주요 평가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 대회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이미 시장성과 기술성을 나름대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생각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4-10-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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