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의 데보라 고든(Deborah Gordon) 교수는 개미 전문가다. 그녀는 붉은 개미(red harvester ants)를 대상으로 개미 사회를 연구해왔다. 지금까지 개미에 대해 수많은 글들을 써왔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저서 ‘일반 대중을 위해 일하고 있는 개미들(Ants at Work for the general public)’의 저자이기도 하다. 고든 교수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시작한 ‘세계경제포럼(WEF)’을 통해 그동안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녀는 ‘개미 사회에서 보는 두 가지 교훈(Two lessons from ant colony organization)'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어떤 이권과 권력도 존재하지 않지만 개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이 아름다운 사회 시스템을 우리 인류가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미 네트워크 모방하면 인터넷 비용 대폭 절감"
고든 교수에 따르면 개미 왕국에 어떤 통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길로 가야 한다든지 하는 명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회를 통제하는 어떤 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생식 작용을 하고 있는 여왕개미들이 있지만 어떤 권력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여왕개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알을 낳는 일이다. 이처럼 어떤 권력, 명령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미들은 매우 간단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냄새를 맡는 방식이다. 개미들은 더듬이로 냄새를 맡고 더듬이로 소통을 한다.
다른 개미가 가족인지, 혹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더듬이로 식별을 한다. 복잡한 메시지는 발견할 수 없다. 오로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은 다른 개미를 만나는 횟수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만남을 통해 네트워크가 이루어진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몇 마리가 먹이 사냥을 나갈 것인지, 적을 피해 집안으로 숨을 것인지 개미 집단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고든 교수는 지구에 서식하고 있는 1만4000여종의 개미들이 서로 다른 소통방식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통제가 없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 멋진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는지 그 소통 방식을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미 사회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지구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것.
인간 사회가 직면한 첫 번째 난제는 엄청난 규모의 네트워크를 운용하기 위한 비용이다. 그러나 개미들이 만들어낸 인터넷인 ‘앤터넷(Anternet)' 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조 불가능한 개미들의 냄새 분석 시스템
고든 교수는 사막 개미를 예로 들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먹이를 찾으면서 몸 속에 들어 있는 값비싼 물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인터넷 역시 이 사막 개미 시스템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막 개미들은 충분한 먹이가 있다는 정보가 소통되지 않으면 결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쓸데없는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는 반면, 사람의 인터넷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개미의 지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열대우림과 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개미들은 매우 신속하고 정확한 소통을 하고 있다. 이들 개미들은 집과 집 사이의 쌍방 교신을 통해 먹이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있는데 종류가 워낙 다양한 만큼 그 양태도 매우 다양하다.
고든 교수는 열대 개미들의 소통방식을 섬유광학(fibre-optics)에 비유했다. 광상(光像)을 자유로이 굴절시켜 전파시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굵기10μm 정도의 유리섬유에 수반되는 기술을 말한다. 개미 연구를 통해 이 유리섬유 기술을 더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은 보안 시스템이다. 의미・소리・색상・감정 등의 미묘한 차이, 즉 뉘앙스(nuance)를 통한 소통방식은 다른 어떤 해커 공격도 이루어질 수 없는 안전 영역이다.
개미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비밀번호가 아니라 냄새다. 다양한 냄새를 통해 주변에 있는 개미가 누구인지 모두 인식해낸다. 혹시 침입자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그 냄새를 분석해낸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식별이 가능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든 교수는 개미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개미가 냄새를 통해 위조가 불가능한 ID카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보안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개미들의 보안 시스템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EF)’은 20일 시작해 23일까지 4일간 이어진다. 세계의 저명 기업인·정치인·언론인·경제학자 등 2000여 명이 모이는 2016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다.
‘4차 산업혁명’이란 개념은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19세기 후반 전기·통신·자동차의 출현으로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20세기 후반 인터넷 등의 3차 산업혁명을 이어 최근 첨단 기술을 통해 전개되고 있는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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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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