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병원에서 1990년부터 2013년 까지 총 23년 간 의 국내 치매 유병률 동향을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9.2%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증상을 가진 환자가 10명 중 1명꼴이라는 의미로, 이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영국의 과학자들이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1년 안에 알츠하이머의 발병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는 옥스퍼드대와 런던 킹스칼리지대의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혈액검사법이 1년 안에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를 예상할 수 있는 정확도가 거의 90%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진단법의 개발로 알츠하이머 위험군에 대한 적극적 치료가 가능해져 실제 환자 발생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관련 링크)
기존의 치매 치료는 검사 방법과 시기 문제로 실패
알츠하이머는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중 약 1억 3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대표적인 뇌질환이다. 그동안 로슈나 머크와 같은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완치를 위해 다양한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100개 이상의 약물이 임상 단계에서 실패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치매 전문가들은 치료에 앞서 시행하는 검사의 방법과 시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검사는 현재 영상단층(PET) 촬영 및 척수액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그러나 이런 검사는 고가이거나 절개 등의 시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용이나 위험성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꺼려하고 있다.
또한 증상이 전개되는 것을 중단시키기에는 너무 늦은 시기에 치료제가 사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알츠하이머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임상 테스트를 실시하기 때문에, 임상실험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들의 규명을 위해 런던 킹즈칼리지대의 압둘 하이(Abdul Hye)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우선 1148명의 혈액 검사를 분석하여 이중 알츠하이머와 연관이 있는 26개의 단백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26개의 단백질 중 16개가 알츠하이머 및 완화한 인지 장애 환자의 뇌 수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알츠하이머 질환 예측과 연관이 있는 단백질을 알아내기 위한 2차 시험을 진행했고, 여기서 조기진단의 열쇠를 쥔 10가지 단백질 성분을 골라냈다.
이들 10가지 단백질 가운데 일부는 타우(tau) 및 아밀로이드(amyloid) 단백질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둘 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손상된 두뇌 조직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임이 확인됐다. 이로써 공동 연구진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에 대한 추가적 단서를 포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연구진의 일원인 프로테옴사이언스(Proteome Sciences)의 이안 파이크(Ian Pike)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임상실험에 들어갈 정확한 환자들을 선별하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이크 박사는 이 외에도 “환자의 증상이 늦춰지는 것이 치료제 때문인지, 혹은 전개가 늦은 형태의 알츠하이머인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된 것도 추가적인 성과”라고 덧붙이며 “또한 알츠하이머 증상의 전개를 중단시킬 치료제를 찾는 임상 실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년 안의 치매증상 예측이 90퍼센트에 달해
혈액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면 미 조지타운대의 하워드 페데로프(Howard Federoff) 교수는 최근 혈액 속의 10가지 지질(lipid)의 레벨을 사용하는 시험 방법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시험방법의 정확도는 96퍼센트로서 영국 공동 연구진의 방법보다도 더 높다. 또한 기간 예측 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다. 영국 공동 연구진의 방법이 1년 정도인 반면에, 조지타운대 연구진의 방법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2년 내지 3년 전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새로운 방법이 병원에서 임상 실습에 적용하기 쉬운 만큼 오류의 가능성도 작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치매 진단 방법이 단순히 혈액을 채취하여 그 안의 단백질을 분석하면 되는 반면에, 조지타운대의 지질 측정 방법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하여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에릭 카란(Eric Karran) 박사는 “시료의 측정 방법이나 분석단계 등의 면을 골려할 때, 이번에 개발된 혈액검사 방법은 대단히 절묘한 역작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카란 박사는 임상 연구 이외의 사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정확도가 90퍼센트에 가깝다는 것은, 이 검사를 받는 10명 중 1명은 부정확한 결과를 얻게 된다라는 의미”라고 강조하면서 “알츠하이머의 치료 방법이 현재로서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진단 방법은 더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 연구진도 역시 대규모 임상실험을 하기 전까지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연구팀의 일원인 옥스퍼드 대학의 사이먼 러브스톤(Simon Lovestone) 박사도 “실험실에서 확보한 결과가 많은 수의 임상실험에서 증명되기 전까지는 조심스럽게 테스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러브스톤 박사는 “치료법이 없는 알츠하이머를 놓고 사람들이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릴지 미리 알고 싶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항상 있어 왔다”고 전하며 “조사 결과 그러길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억력 장애를 겪는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러브스톤 박사는 “이 같은 현상에는 본인과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알려줌으로써, 피할 수 없는 일에 대비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러브스톤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혈액검사법은 약 17만원에서 52만 원 정도 사이의 비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모든 실험이 당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2년 안에 상용화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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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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