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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7-06-15

가축도 '사료용 벼' 먹는다 쌀 공급 과잉과 수입 사료 대체 문제 동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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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아 가축들도 ‘쌀밥’을 먹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람이 먹는 진짜 쌀밥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료 대신에 ‘사료용 벼’를 먹을 날이 올 것이라는 의미다.

사료용 벼들의 도정 단계별 성상 비교 ⓒ 농촌진흥청
사료용 벼들의 도정 단계별 성상 비교 ⓒ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국내 쌀 수급의 안정 및 국산 사료 생산의 활성화를 위해 밥쌀용 벼와는 다른 사료용 벼를 재배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농가를 위한 재배방법도 최근 소개했다.

농진청의 관계자는 “사료용 벼를 재배하게 되면 점점 사용 용도를 잃어가고 있는 논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사람들이 쌀을 먹지 않아 발생하고 있는 공급 과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쌀 공급 과잉 문제 해결과 수입 사료 대체 위해 개발

농진청은 현재 전국 9개소에 시범단지를 조성하여 사료용 벼 재배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도모하고 있다. 9개소는 농촌진흥청이 직영하고 있는 여주, 태안, 정읍, 하동 지역의 4개소와 농협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당진, 강진, 부안, 김제, 고령의 5개소로 구성되어 있다.

재배 중인 사료용 벼는 지난 2007년 ‘녹양’을 시작으로 목우와 목양, 그리고 녹우, 영우, 조농, 청우 등 총 7종을 사료 전용 품종으로 개발했다. 이 같은 사료용 벼들은 밥쌀용 벼의 재배기반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쌀 공급 과잉으로 재배량이 감소하는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되었다.

특히 소나 돼지 같은 가축들의 사료 수입량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료용 쌀이 대량으로 수확된다면 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사료용 쌀 개발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는 이유다.

사료용 벼들의 품종 및 특징 ⓒ 농촌진흥청
사료용 벼들의 품종 및 특징 ⓒ 농촌진흥청

대표적인 사료용 벼인 ‘조농’의 경우 ‘조사료’의 조字와 ‘농후사료’의 농字를 따서 조농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조사료는 지방이나 단백질이 적은 대신 섬유소가 많은 풀 사료라는 의미이고, 농후사료는 부피가 작고 섬유소가 적은 벼의 이삭이나 깻묵 같은 곡식 위주의 사료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농진청의 관계자는 “그동안 개발된 다른 사료용 벼들은 모두 조사료로만 이용됐다”라고 전하며 “그러나 조농은 농후사료로도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벼라서 이 같은 이름을 짓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수확시기가 빠르다는 의미로 ‘이를 조(早)’가 들어갔을 만큼, 조농은 생육기간이 다른 품종보다 월등하게 빨라서 이모작이 가능한 쌀 품종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료용 벼를 재배하면 10월 전에 수확이 가능하므로 동계 사료 작물과 연계한 다양한 곡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또한 밥쌀용 벼 재배 시 필요한 공정인 탈곡이나 도정과 같은 단계를 생략할 수 있으므로 비용 절감 측면에도 좋다는 것이 농진청 측의 설명이다. .

밥쌀용 벼 품종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량된 사료용 벼

농진청이 이처럼 사료용 벼 재배에 힘을 쏟는 이유는 쌀 재고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쌀 재고량은 4월 말을 기준으로 226만 톤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인 80만 톤을 크게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는 쌀 공급 과잉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인데,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사료용 쌀을 재배다. 우선 사료용 쌀을 재배하면 쌀 생산 억제가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고질적인 사료 수입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사료용 벼 재배는 현재의 우리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농진청의 시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료용 벼 재배의 장점 중 하나는 지금의 논 부지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쌀 공급이 과잉인 상황이기 때문에 논을 사료용 벼 생산에 활용하다가, 향후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이들 논을 다시 밥쌀용 벼 생산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밥쌀용 벼 품종(우)과 사료용 벼 품종(좌)의 크기 비교 ⓒ 농촌진흥청
밥쌀용 벼 품종(우)과 사료용 벼 품종(좌)의 크기 비교 ⓒ 농촌진흥청

다음은 현재 사료용 벼 개발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농진청 중부작물과의 안억근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사료용 벼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다. 원래 이런 품종이 존재했었는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개량된 것인지가 궁금하다

둘 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이 먹는 밥쌀용 벼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개량을 통해 만들어진 품종이다.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야생용 벼의 쌀은 거칠고 맛도 없어서 밥을 한다해도 그대로 먹기 힘들다. 사료용 벼도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다만 가축들이 먹는 벼이기 때문에 밥쌀용 벼보다는 개량기간이 짧아서 훨씬 크고, 조직도 거칠다.

- 벼농사를 하는 농가들은 사료용 벼 재배에 대해 부정적이라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일단 밥쌀용 벼보다 사료용 벼의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밥쌀용 벼농사에 지급되는 보조금 제도 등이 사료용 벼 재배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농가로서는 당연히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료용 벼 재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간척지 개발 등에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벼를 사료용으로 재배하는 해외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사료용 벼의 해외 사례는 일본이 유일하다. 어떻게 보면 사료용 벼 재배의 원조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연구도 많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시판되고 있는 소고기들 중에는 사료용 벼만을 먹인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들 고기에는 토코페롤 함유량이 높고 갈변 현상도 천천히 나타나므로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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