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농촌은 일 년 농사의 마무리를 위한 추수 준비로 한창이다. 하지만 이맘 때 쯤이 면 반갑지 않은 손님의 방문으로 농부들은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바로 해충이다.
농작물 수확 철을 앞둔 시기의 해충은 농촌에 있어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했던 ‘스마트트랩(Smart Trap)’이 최근 들어 해충 관련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 똑똑한 해충 올가미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해충을 잡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을 활용하여 과거의 올가미와는 달리 이동까지 자유롭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포획 방식으로서 농작물에 주는 피해 없어
지금까지 농가에서 해충을 방제하려면 약물을 뿌리거나 전기식 해충 유인등을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방제약물은 해충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농작물에게도 피해를 주었고, 해충 유인등은 전기식이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스마트트랩은 해충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포획하는 방식으로서, 해충이 좋아하는 빛을 발산하여 해충을 유인한 다음, 흡충팬으로 빨아들이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농작물에 별도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스마트트랩을 개발한 농촌진흥청 생산기술개발과의 관계자는 “물론 포획된 해충이 빠져나가 농작물에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자동개폐 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안정성에도 만전을 기했다”라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똑똑한 올가미라는 이름답게 스마트트랩은 햇빛이 비추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상부에는 태양광 집광판이 올려져 있고, 몸체는 축전용 배터리와 콘트롤러로 이루어져 있어 친환경에너지를 통한 자가발전이 가능하다.
자가발전을 통해 축전된 에너지는 스마트트랩의 포충부에 달려있는 유인램프의 불을 밝히고, 흡충팬 및 포충망을 작동시켜 해충을 포획할 수 있는 동력원으로 사용된다. 에너지 보유 능력도 충분해서 하루 정도 충전하면 4일 간 작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축사 같은 실내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트랩을 개발한 농촌진흥청의 배순도 박사는 “태양광 집광판의 효율이 좋기 때문에, 흐린 날에도 약 30% 축전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뒤 “특히 콘트롤러(controller)에 의해 유인램프 및 흡충팬의 작동시간이 설정되어 있으므로, 해충 포획의 자동화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해충들이 가장 선호하는 빛은 청색
스마트트랩은 낮에 에너지를 만든 다음, 밤에 해충을 잡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충이 좋아하는 청색 램프로 빛을 발산하여 해충을 유인한 다음, 흡충팬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방제를 한다. 청색 램프를 사용하는 이유는 해충들이 선호하는 빛이기 때문이다.
램프 색깔에 따른 해충의 유인효과를 비교한 농촌진흥청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벼멸구와 매미충류, 그리고 풍뎅이류, 나방류, 노린재류 등 거의 모든 벌레들은 청색 램프에서 가장 유인효과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벼멸구와 매미충류의 청색 램프 선호도는 백색 램프보다 8배, 녹색 램프보다는 12.8배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노린재류도 백색 램프보다 3.4배, 그리고 녹색 램프보다 5.7배 정도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실제로 방제효과가 없다면 상품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농촌진흥청 생산기술개발과는 스마트트랩이 얼마나 해충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현장 테스트를 실시했다.
밀양시에 위치한 복숭아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방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아무런 방제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역의 복숭아와 비교해 볼 때 노린재류는 41.6%, 나방류는 63.7% 정도가 발생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피해를 입은 과일의 비율도 절반 가까이 줄었든 것으로 파악되었다.
배 박사는 “이 같은 현장 적용 사례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지금은 가축을 키우는 축사는 물론, 전원주택이나 골프장, 그리고 휴양림 및 공원 등을 중심으로 조금씩 보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공급된 스마트트랩의 물량은 5000대 정도인데, 최근 들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전국의 벼, 콩, 과수 재배지 등을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요르단, 홍콩, 중국 등을 대상으로 수출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스마트트랩을 개발한 농촌진흥청 생산기술개발과의 연구진은 “친환경 재배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밀성, 효율성, 안정성을 높인 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9-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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