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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2014-04-18

英 '치매와의 전쟁'…정부·학계·민간 함께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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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정권은 2012년 11월 '치매와의 전쟁'을 국가적 보건 프로젝트로 내세웠다.

영국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함에 따라 치매 환자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진단 시스템을 확립하고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환자들의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요지다. 실제로 현재 140만명 가량인 영국의 8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35년이면 3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보건부와 알츠하이머학회는 2012년을 기준으로 영국의 치매 환자가 80만명(잉글랜드 67만명)이고, 이가운데 65세 이하도 1만7천명가량으로 집계했다.

영국 내 치매 환자 수는 2037년이면 두배에 가까운 14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가 영국 경제에 지우는 비용부담 역시 같은 기간 연간 230억파운드(약 40조원)에서 500억∼800억파운드(약 87조∼약 139조원)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NHS)을 통해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으로서는 치매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는 이에 치매 진단 기간을 18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초기진단율을 기존 42%에서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진단 시스템 마련, 전문 의료기관·인력 양성,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치매와의 전쟁'을 위한 학계나 민간 차원의 노력도 활발하다. 한국여기자협회 해외취재 프로그램 '이슈포럼'을 통해 한국 기자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방문한 브리스톨도 그런 현장 가운데 하나다.

브리스톨대의 '스피어'(SPHERE·Sensor Platform HEalthcare in Residential Environment)는 치매환자 등 노인인구 간병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다.

스피어는 다양한 감지장치를 통해 자택에 머무는 치매환자를 관리하는 일종의 원격 돌봄 프로그램으로 이 대학은 지난해 말부터 5년 계획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치매환자의 움직임과 전자기기나 수돗물 사용량 등 집안 내 모든 활동을 센서 등으로 감지해 이를 토대로 환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한다.

환자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등 이상징후가 보이면 담당 지역보건의(GP) 등 주치의나 돌보미에게 통보하는 방식이다.

브리스톨대 엘리자베스 블랙웰 연구소 부소장 제러미 타바레 교수는 "아직 초기단계라 정확한 비용을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간병인을 두는 것보다는 훨씬 싸며 정확도도 높다"며 "의료진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브리스톨대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이 프로그램을 학내 기숙사에 설치해 시범실시에 들어갈 예정이며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학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 케이 조(한국명 조광욱) 교수는 "치매환자의 경우 익숙한 환경을 떠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상태가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증세가 가벼운 치매환자들에게는 (스피어가) 효과적인 관리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스톨에 기반을 둔 자선단체 브레이스(BRACE)는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원인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1987년 브리스톨에서 출범한 민간기구인 브레이스는 자발적 기부와 다양한 모금 활동, 기업 찬조금, 주민들의 유산, 기념품 등 판매사업 등을 통해 현재까지 1천300만파운드(226억원 가량)를 모아 다양한 연구사업에 지원해왔다.

이 단체의 마크 포어치 대표는 "우리는 치매 관련 학계 연구만 지원하는 순수 민간단체"라며 "영국에서 공식 등록된 자선단체 가운데 치매에만 집중하는 곳은 손에 꼽힌다"고 설명했다.

치매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정부와 학계, 민간단체가 함께 대처하고 있는 영국의 사례는 고령화와 치매환자 급증 등에서 비슷한 과제를 안은 한국에도 참고서가 될 만하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63만9천명인 노인보호서비스 대상자가 2028년에는 118만명으로 늘어나고, 치매환자도 지난해 57만6천명에서 2024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케이 조 교수는 "치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표적 사망요인인 암보다 월등히 높다. 암환자 1명당 간병인 1명이 필요하다면 치매의 경우 3명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치매 전문 연구인력도 적고 사회적 대비도 미비한데 치매의 위험성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2014-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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