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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7-07-24

"戰場의 유해가스, 종이로 탐지" 국방과학기술제전 개최… 미래 군사기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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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학가스 공격이 가해진 것으로 의심되는 전장(戰場)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기 전, 소대장은 주머니에서 휴대폰 크기만 한 종이를 꺼내 펼친다. 잠시 후 종이에 부착되어 있던 검지관의 일부만 노랗게 변하자 소대장은 “신경작용제가 살포 됐다. 소대원들은 즉시 방독면을 착용하라”라고 명령했다.

미래 방위사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발표되고 있는 현장. 종이 기반의 유해가스 탐지장치를 소개하기 위해 나선 육군의 이선희 대위는 멀지 않은 미래에 등장할 유해가스 탐지장치의 성능을 상상하며 이 같이 말했다.

미래 방위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김준래/ScienceTimes
미래 방위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김준래/ScienceTimes

방위사업청 주최로 지난 21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국방과학기술대제전’은 국내·외 민간기술과 국방기술의 융합을 통하여 국방과학기술과 관련한 최신 기술을 평가하여 상호 교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공기 중의 신경작용제를 종이로 감지

신경작용제는 전쟁 및 테러 등에 많이 사용됐던 화학작용제로서, 그 어느 유해가스보다도 독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가스는 생명체의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순식간에 신호전달체계를 마비시키면서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화학공격이 의심되는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유해가스 탐지는 병사의 생존을 보장하는 동시에 공공의 안전을 위한 조기경보이기 때문에 이를 탐지하는 장치는 필수적인 장비라 할 수 있다.

현재 KAIST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는 이선희 대위는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탐지 장치 중에도 종이로 만든 제품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 대위는 “KM9 탐지지의 경우 유해한 가스와 반응하면 변색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라고 전하며 “휴대하기 편리하고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특정한 유해가스를 식별할 수 없고 열 등에 의해서도 변색이 되기 때문에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KAIST는 종이로 유해가스 농도를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 treehugger
KAIST는 종이로 유해가스 농도를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 treehugger

물론 유해가스들에 대해 감도가 높은 장치들도 있다. 연대급에 지원되는 화학자동분석기(MM1)나 중대급에 제공되는 화학탐지기(K-Cam2) 및 화학자동분석기(KM8K2) 등이 바로 그것으로 정밀한 기계장치인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정교한 장비의 특성 상 고장에 취약하며, 한번 고장나면 수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한 장비 운용에 있어 반드시 전담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도 제약사항으로 꼽힌다.

이 대위는 “따라서 신경작용제 같은 유해가스를 선택적으로 탐지할 수 있으면서도, 고장의 우려가 없고 비숙련자라도 손쉽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이 필요했다”라고 언급하며 “이 같은 필요성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종이기반의 신경작용제 탐지장치”라고 강조했다.

이 대위의 설명에 따르면 종이를 재료로 하는 장치는 우선 저렴하고, 휴대성이 좋으며, 제작과 폐기가 용이하다는 등의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 중심의 바이오센서로써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제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전장의 환경을 고려할 때, 별도의 해독 장비나 인력 없이도 맨눈으로 색깔의 변화를 감지하여 유해가스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종이 기반의 탐지장치는 최적의 분석 도구라는 것이 이 대위의 설명이다.

저렴하면서도 현장 활용성 높인 유해가스 탐지 장비

이 대위를 포함하여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종이 기반 분석 장치는 팝업(pop-up) 카드 형태로 만들어졌다. 평소에는 납작한 모습으로 존재하다가 이를 접으면 계단식으로 튀어 오르는 키트(Kit) 형태로 제작되었다.

이 대위는 “종이 재질은 크로마토그래피용 종이로서, 여기에 왁스를 프린팅 한 후 열처리를 거친 뒤 미세한 검지관을 형성시켜 제작한다”라고 전하며 “종이에는 미리 화학반응에 관여하는 시약들을 코팅하는데, 이는 급박한 현장에서도 즉시 사용할 수 있기 위한 일종의 준비물”이라고 덧붙였다.

종이 기반 분석 장치의 동작 원리는 신경작용제에 의해 저해되는 핵심 효소의 활성이 억제되는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반응물에 포함되어 있는 유해가스의 농도를 분석하는 것이다. 채취한 샘플에 신경작용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검지관 전체가 노란색으로 변하지만, 포함되어 있으면 검지관의 일부에만 노란색이 나타나게 된다.

민간과 군의 기술협력 성과물 들이 전시된 종합홍보관
민간과 군의 기술협력 성과물 들이 전시된 종합홍보관 ⓒ 김준래/ScienceTimes

이 대위는 “기존의 종이 기반 분석 장치들은 별도의 장치인 카메라나 스캐너 등을 통해 반응 결과를 디지털화 한 다음, 이미지 가공을 통해 전량분석을 했었다”라고 밝히며 “반면에 우리가 개발한 종이 기반 분석 장치는 별도의 장비 없이도 노란색으로 변하는 부분만 파악하면 되므로 현장 활용성을 훨씬 높였다라고 할 수 있다”라고 자평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그리고 국방기술품질원이 공동으로 방위사업과 관련된 종합 홍보관을 운영하면서 민간과 군의 기술협력 성과물 들을 전시하여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또한 행사장 로비에서는 낙하 훈련을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밀리터리 가상현실 체험 공간과 온 가족이 함께 제작할 수 있는 우수 무기체계 프라모델 체험전, 그리고 감시 정찰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드론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방위사업도 흥미로운 분야라는 점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데 한몫을 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7-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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