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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8-05-18

닮아도 너무 닮은 산나물과 독초 매년 반복되는 중독 사고… 채취와 섭취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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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라북도 남원시에서 일가족 3명이 도라지를 먹은 후 갑자기 구토와 복통을 일으켜 남원의료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이들 가족은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나물이 변질되어 식중독을 일으킨 줄 알았지만, 알고 봤더니 이들은 도라지가 아니라 독초의 일종인 ‘자리공’을 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한 소방본부 관계자는 “먹었던 나물을 조사해 보니 생김새가 도라지와 비슷한 자리공의 뿌리와 열매를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 소방본부의 관계자는 “자리공과 도라지는 잎이 풍성한 여름에는 쉽게 구분되지만, 봄이나 겨울에는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혼동하기 쉽다”라고 경고하며 “자리공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도라지와 똑 닮은 자리공 뿌리 ⓒ 연합뉴스
도라지와 똑 닮은 자리공 뿌리 ⓒ 연합뉴스

독초 중독 사고는 발생 건수 대비 환자수가 높은 편

한창 제철을 맞은 산나물의 맛을 보기 위해 전국의 산과 들은 산나물을 채취하려는 상춘객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그러나 독초를 산나물로 잘못 알고 먹는 사고가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총 4건의 독초 중독사고가 일어났고, 이로 인해 모두 42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계자는 “독초 중독 사고의 발생건수 대비 환자수를 살펴보면 1건의 사고로 10.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라고 밝히며 “나물을 캐면 보통 가족이나 지인들과 나누어 먹는 고유의 식문화 때문에 보통 독초 사고는 건 수에 비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산나물을 채취할 때에는 산나물과 독초에 대한 명확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채취해야만 한다. 그러나 새순이 올라오는 봄철에는 독초와 산나물의 생김새가 비슷하여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5년간 독초에 의한 식중독 현황 ⓒ 식품의약안전처
최근 5년간 독초에 의한 식중독 현황 ⓒ 식품의약안전처

실제로 지난 2015년 5월 태백에서 일어났던 집단 독초 중독 사고는 이 같은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유명하다. 당시 집단으로 중독을 일으킨 6명에게 독초를 제공했던 사람은 일대에서 산나물 박사로 통하는 전문가였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경찰에게 입원 중인 주민은 “참당귀라고 해서 먹었는데 알고 봤더니 독초인 개구릿대였다”라고 설명하며 “독초를 제공한 사람은 워낙 산나물을 잘 아는 사람이어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참당귀는 향이 짙고 약용과 식용으로 널리 이용되는 식물이다. 잎은 여러 개로 갈라지며 갈라진 작은 잎들은 대부분 서로 연결되어 떨어지지 않는다. 꽃은 여름에 피며 자주색으로 공 모양으로 여러 개가 달린다. 반면 개구릿대는 독초로 참당귀에 비해 갈라진 잎이 서로 떨어져 있으며 꽃은 흰색으로 핀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그야말로 둘을 비교하며 세밀하게 관찰했을 때나 알 수 있는 정보일 뿐, 수목이 우거져 있는 산에서 이들을 만나게 되면 어느 것이 독초인 개구릿대인지, 또는 산나물인 참당귀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산나물의 직접 채취를 통한 섭취는 가급적 자제해야

독초에 의한 중독 사고를 예방하려면 등산로 주변에서 산나물이나 약초를 직접 채취하지 말아야 하고, 잘 모르는 산나물은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전담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안전기획과의 관계자는 “전문가들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은 독초들이 의외로 많다”라고 지적하며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잘 모르는 산나물이나 약초는 섭취는 물론 채취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부득이하게 일반인들이 산나물을 채취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대해 산림청은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독초와 산나물의 특징을 비교 분석한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비슷하게 생긴 산나물과 독초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대상으로는 곰취와 동의나물을 꼽을 수 있다. 곰취는 뿌리를 약용으로 쓰고 잎은 식용으로 쓰는 대표적인 산나물이다. 잎은 전체적으로 둥글고 아랫부분이 갈라지는 형태를 가지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고, 잎자루에는 두 줄의 적갈색 선이 있다.

반면에 동의나물은 곰취에 비해 잎이 두껍고 가장자리 톱니는 둔하며 잎자루에 적갈색 선이 없다. 뿌리를 약용으로 이용하기도 하나 독성이 강하여 직접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원추리와 여로는 헷갈리기 쉬운 산나물과 독초로 유명하다 ⓒ 농촌진흥청
원추리와 여로는 헷갈리기 쉬운 산나물과 독초로 유명하다 ⓒ 농촌진흥청

산마늘과 은방울꽃도 닮은 꼴을 자랑하는 산나물과 독초다. 산마늘은 부추와 유사한 식물로 냄새를 맡으면 부추향이 나며 부추에 비해 잎이 넓고 두 장씩 나오며 부드럽다. 이에 비해 은방울꽃은 잎이 산마늘과 유사하나 보다 두껍고 뻣뻣하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은방울꽃 역시 뿌리에 독성이 있어서 잘못 먹으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산나물과 삿갓나물도 마찬가지다. 우산나물은 펼친 우산의 살처럼 한 곳에서 여러 개의 잎이 돌려나는 특징이 있으며, 잎은 두 갈래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도 톱니가 있다. 하지만 삿갓나물은 잎이 우산나물과 유사하나 갈라지지 않고 톱니도 없다.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먹을 수 있는 산나물 중에서도 일부는 독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두릅이나 고사리 등은 미량의 독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서 독성분을 제거한 후 섭취해야만 한다.

한편 산나물이나 약초를 채취할 때는 반드시 산주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만큼, 허락없이 산나물을 채취해서는 안된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5-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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