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추석 연휴가 때 아닌 불개미 소동으로 인해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외래종인 붉은 불개미가 부산항 감만 부두에서 발견되면서, 이들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방역당국이 항구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는 것.
일개 개미떼로 인해 부산항이 발칵 뒤집힌 이유는 이들이 보통 개미가 아닌 강한 독을 가진 개미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물리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심하면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까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래종인 만큼 이미 외국에서는 붉은 불개미로 인한 피해사례가 보고되어 있는데, 이들이 주로 서식하는 북미에서는 한해에 평균 8만 명 이상이 물리고 그 중 100여 명이 사망한다는 보고서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붉은 불개미에게는 ‘살인 개미’라는 별명까지 붙여져 있다.
그러나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살인개미’라는 별명이 다소 과장됐다는 해석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고, 미국에서는 붉은 불개미의 독을 활용하여 건선(psoriasis) 치료에 도움을 주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링크)
불개미에 대한 공포는 다소 과장된 측면
붉은 불개미(Red Fire Ant)는 개미과에 속하는 개미의 한 종류로서, 대표적인 외래종이다. 평소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개미라 부르는 개미들은 이들 외래종과는 다른 종류로서, 외래종 붉은 불개미는 솔레놉시스(solenopsis) 속으로 분류된다.
붉은 불개미의 원산지는 북미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의 서식지는 남미라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견해다. 19세기 까지만 해도 대륙 간 이동이 활발하지 않아서 외래 생물들은 대륙 내에서만 번식했지만, 20세기 들어 선박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역 및 인적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북미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는 호주와 대만 같은 섬나라 외에도 인도와 필리핀, 그리고 일본 등 아시아 대륙에서까지 붉은 불개미가 발견되고 있는 상황인데, 일본의 경우는 최근에도 오사카 남항에서 붉은 불개미가 발견되어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불개미 관련 소동이 일어난 것도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에서 불개미가 발견됐을 때 일본 언론이 ‘살인개미’나 ‘독개미’ 같은 무시무시한 별명을 붙여 보도했고, 이를 국내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이들에 대한 공포심이 커졌다.
하지만 외래종 붉은 불개미에 대한 공포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들에게 물리면 바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알려진 점은 상당히 잘못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붉은 불개미 소탕을 위해 조사 작업에 참여했던 부산시의 방역 관계자는 “붉은 불개미의 독은 성인이라면 물려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밝히며 “다만 이들 개미의 독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나 천성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라면 두드러기나 현기증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건선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붉은 불개미의 독
붉은 불개미의 독성이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이 국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들 개미의 독을 난치병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에모리 의대의 잭 아비저(Jack Arbis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현재 불개미의 독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인 솔레놉신(solenopsin)을 이용하여 ‘건선’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건선이란 난치성 피부 질환의 하나로서, 피부에 좁쌀 같은 반점들이 생기다가 그 위로 은백색의 각질이 피부 위로 겹겹이 쌓이는 염증을 말한다. 재발이 잦고, 완치가 어렵지만 인구의 1~2% 정도가 앓을 정도로 흔한 피부병으로 알려져 있다.
건선의 발생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면역 세포들이 작용하여 염증에 반응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피부로 전해져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비저 교수는 “피부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물질이 있는데, 바로 세라마이드(ceramide)”라고 설명하면서 “세라마이드는 피부의 상태를 최적화시키는데 도움을 주지만 반면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도 여겨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세라마이드 생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솔레놉신 화합물이 담당한다는 가설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쥐를 대상으로 솔레놉신 화합물을 투여하며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건선을 유발하는 염증이 대폭 감소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아비저 교수는 “솔레놉신 화합물이 건선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질병을 유발하는 염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언급하며 “따라서 염증 완화와 관련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의 피부 연화제는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제공하지만, 피부를 회복시키는 능력은 부족했다”라고 지적하며 “연구진이 개발한 솔레놉신 화합물은 피부를 거의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연구진은 솔레놉신 화합물을 건선 치료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도 많은 질병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예를 들면 혈관 성장 억제제나 항암제로서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채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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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0-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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