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두 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국민 공감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등 '사이다' 행보를 하고 있다.
과학계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다.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과학계의 주문은 어떤 것일까.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는 24일(수)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KOITA 기술혁신포럼- 한국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산업기술 정책방향'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새 정부에 바라는 과학계의 발전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에는 박승용 효성 전무,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광운대학교 경영학과 이병헌 교수, 변재완 한양대학교 교수, 디지털타임즈 생활과학부 안경애 부장이 참석해 4차산업혁명 시대 정부와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산업혁명의 연장선, '성공경험'을 자신감으로
박승용 효성 전무는 4차산업혁명의 길목에서 먼저 기업과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무는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실리콘밸리를 들었다.
박 전무는 실리콘밸리가 세계를 리딩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그에 따른 부가적인 산업 분야를 노리면 우리가 성공할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좌장을 맡은 변재완 한양대학교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변 교수는 "아쉽지만 혁신을 선도하기에는 우리 역량이 부족하다. 하지만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은 우리를 따라올 국가가 없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누군가 기발한 것을 만들면 쫓아가 부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역수출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만 하다"며 부연 설명했다.

변 교수는 최근에는 과거와는 달리 누가 뭐라고 해도 뚝심있게 밀어부칠 수 있는 경영자들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민간기업에 대해 ' 꾸준히 10년 하면 안될 게 뭐 있나' 라는 자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경영자들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꾸준히 투자와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법제화'를 제안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동의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전 정권들이 주도해온 '창조경제'나 '녹색경제' 등의 이름으로 논의만 하다가 4차산업혁명의 중대한 시기를 지나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혁신도시 사례와 같이 법제화를 통해 10~15년 중장기 계획으로 접근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경애 디지털타임즈 생활과학부 부장은 지금이 우리 과학계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안 부장은 "기업들의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 개발 및 투자 지원 정책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지적은 많은데 비해 기업에 대해서는 문제점 지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 부장은 "본인의 일생을 걸고 연구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연구지원이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지원정책도 아쉽다"며 "앞으로는 기업들이 단기적 폐쇄적 수동적 연구에서 벗어나 열린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안 부장은 그간 정부에서 기술 창업에만 지원이 몰렸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부는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는 연구원을 양성할 수 있는 강한 기업을 길러내는 것, 협력업체와 대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투자방법과 방식 필요, 새 정부에 변화 요구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학적 관점에서 의견을 정리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산업적 경제 위기는 과거 선진국 중심에 따라가기 위주의 대기업 문화, 조립제품 위주의 제조업 중심이었다가 중국에 밀리고 있는 위기, 4차산업혁명의 도입 등 복합적인 문제로 엉켜있다고 설명하고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플랫폼 비지니스'에 경쟁력을 가질 것을 제시했다.
앞으로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업체는 하드웨어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나 거래 등 플랫폼 비지니스를 구축한 기업이다. 이 교수는 플랫폼을 어떻게 장악할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민간분야에서 투자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 교수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불과 3~4년만에 1조원에 이른다며 감탄하는데 이들은 외부 투자업체에서 2억불에서 10억불의 금액을 투자받는다"고 말하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벤처캐피탈 투자 금액과 맞먹는다. 우리 실정에는 일년에 이와 같은 기업 2개만 투자하면 끝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 등에 투자하는 정부의 R&D 체계가 너무 적다"며 "앞으로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보통 산학연 공동연구를 많이 하는데 대학이나 연구소가 주관이 되고 기업은 위탁 방식 혹은 공동연구기관에 머물고 있어 제대로 된 R&D 혁신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기업이 주도하여 연구 개발 지원한 모델이 실제 비지니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민간의 다양한 투자자금이 기업의 R&D 투자로 가도록 통로를 열어야한다"고 덧붙였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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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5-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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