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인공지능의 한계는 거의 무한대’라는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기본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류의 염원인 수명연장의 꿈까지 실현시켜 줄 존재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인공지능의 위력을 깨닫게 해준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펼쳐졌었다. 워낙 뜻밖의 결과였기에 전 세계가 잠시 충격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둑과 같은 게임 분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돋보일 수 있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그런데 이 같은 분위기가 불과 1년 만에 확연히 달라졌다. 그동안 한 단계 더 발전한 기술로 인해 인공지능의 활용범위가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이제는 인류의 먹고 사는 문제는 물론 미래의 문제에까지 깊숙하게 관여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명연장에 도움 주는 원료를 인공지능으로 선별
과학기술 전문 포털 사이트인 유레카러트(EurekAlert)는 미국의 수명연장 관련 기업들이 수명연장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원료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하면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탑재된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이 현재 수 백 가지의 신약후보 물질을 선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라이프익스텐션(Life Extension)과 인실리코메디신(Insilico Medicine)이다. 이들 기업은 수명과 건강한 삶을 늘려주는 원료를 찾는 작업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라이프익스텐션은 지난 37년 간 소비자에게 최적의 건강과 노화예방을 위한 기능성 식품을 제공한 미 건강식품업계의 리더인 회사다. 특히 건강 기능식품의 효과를 피 검사를 통해 파악하는 포괄적 혈액 분석 서비스로 유명하다.
또한 인실리코메디슨은 존스홉킨스 의대가 육성하고 있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전문 회사로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하여 신약개발과 노화 관련 질병치료를 위한 약물의 재목적화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 두 회사의 공동 연구진은 현재 젊은 환자와 노인 환자의 세포 변화를 일일이 비교해 가면서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료를 찾고 있다. 노화 진행의 원인은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걸리는 질병 발생의 원인을 파헤쳐 근본적으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제제인 지로프로텍터(Geroprotector) 개발에 나선 것.
이에 대해 라이프익스텐션의 상품개발 담당 부사장인 앤드류 스윅(Andrew Swick) 박사는 “현재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을 가진 원료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인실리코메디슨과의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과 정교한 생물학적 알고리즘을 활용한 안티에이징(antiaging) 보충제를 개발하기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둔화되는 기능성 식품 시장을 되살릴 주역으로 거론
전 세계의 기능성식품 시장은 과거에 비해 조금씩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둔화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능성 식품이 질병 예방에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광고 내용만 보면 거의 치료제라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효능을 자랑하지만, 실제로는 먹든 안 먹든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현성(再現性) 문제도 기능성식품 시장의 둔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탁월한 효과를 얻었어도,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 연구진은 기능성 건강식품의 원료들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여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원료만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재검토 과정에 인공지능 기능을 부여하여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원료를 선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동 연구진은 우선 노화 및 수명연장과 관련한 기능성 원료를 선별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스윅 박사는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사람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기능성 원료 후보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인 딥러닝 기술의 소스로 제공된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가동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눈부신 성과들을 선보이고 있다. 노화예방 전문 학술지인 에이징(Aging)에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환자의 생활연령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공동 연구진의 논문이 실려 주목을 끈 바 있다.
또한 분자약학(Molecular Pharmaceutics)지에는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기능성 원료의 분자구조 관련 논문이 실려 호평을 받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물질의 기능성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심층신경망 적용 사례가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인실리코메디슨 유럽지사의 알렉스 앨리퍼(Alex Aliper) 지사장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탑재된 생명정보학 시스템을 활용하면 수개월 이내에 기능성 원료의 후보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인공지능을 통한 접근방법은 기존의 제약회사에서 추진하던 효과 검증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기 때문에 신약개발의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면서 제약 산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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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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