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톤 정가의 분위기는 팩트(fact) 중심의 과학적인 관점을 거절하는 듯 하다. 그러나 과학 현장에서 팩트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기는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팩트에 문제가 있어 연구가 중단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뚜렷한 팩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 때문에 중단된 연구도 비일비재하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큰 의미를 담고 있지만 윤리적, 문화적,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세상에 드러내놓기 꺼려지는 연구 주제들을 말한다.
27일 지식정보 사이트 ‘빅 싱크(Big Think)'에 따르면 MIT 미디어랩에서는 매년 ’포비든 컨퍼런스(Forbidden Conference)를 통해 유전자가위, 인공지능, 기후변화 등과 관련된 숨겨진 주제들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진행 중이다.
모기를 박멸해도 괜찮은 것일까?
표적이 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지점을 정확히 찾아가 특정 부분을 잘라낸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의료와 생물학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몰고 왔다.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놀라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인간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불치병을 근절할 수 있다. 동·식물 속성을 바꿔 자연의 모습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의 질서를 변화시키는 이런 연구를 해도 괜찮은 것일까? 자연계 전체에 질서 파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모기와 같은 곤충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금의 유전자편집 기술로 모기 형질을 변경해 지상에 있는 해로운 모기를 박멸할 수도 있다. 또 다른 해충의 경우도 마찬가지 경우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동안 과학계는 다양한 동·식물을 대상으로 시도되고 있는 유전자편집기술이 인류에게 과연 이로운 것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 미디어 랩의 케빈 에스벨트(Kevin Esvelt) 교수는 “무엇인가 연구를 가로막고 있다”며 컨퍼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기후공학(Climate Egineering)’을 통해 기상이변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공학이란 인공화산, 인공강우 등 지구의 기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기술 분야를 말한다.
이를테면 아황산가스(Sulfur dioxide)를 대기 중에 살포하려는 시도가 있다. 오존층을 파괴해 대기권에 갖친 열기를 우주로 발산하기 위해서다. 그럴 경우 이론적으로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으로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파격적인 주장이지만 실제로 실험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태양의 복사열을 지면에 닿기 전에 효과적으로 반사시켜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SRM, 이산화탄소 제거 방법을 연구하는 CDR 역시 유사한 경우다.
그러나 범지구적 차원의 이런 연구 과제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나라 간의 견해차이를 해소하고, 대규모 현장검증과 연구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불확실성을 총괄적으로 다루어나갈 연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섹스 로봇으로 인해 청소년 탈선 우려
인공지능이 진화하면서 로봇 기술 역시 급속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문제는 인간과 로봇 간의 윤리적인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섹스 로봇(sex robot)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로봇이 보급될 경우 자녀들의 탈선이 크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일탈 행위를 막아야 할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과학자들이 나서 로봇과 관련된 윤리적, 그리고 법적 규제 문제를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윤리학자인 MIT의 케이트 달링(Kate Darling) 교수는 “치료용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는데 대해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섹스 로봇과 같은 기기가 등장할 경우 로봇 전체가 사회적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은 완전한 개인추적 감시 장치”
개인은 물론 기업, 정부 등에 이르기까지 정보 보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해커들의 존재는 인터넷 존재 자체를 위협할 정도가 됐다. 지난해 7월 열린 ‘포비든 컨퍼런스’에서는 해킹과 관련된 쟁쟁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 기밀 폭로사건의 주인공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과 X박스 해킹으로 잘 알려진 앤드루 후앙(Andrew Huang)은 “휴대폰은 필수품인 동시에 완벽한 추적장치”라며 “대중 스스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논문은 특정인을 위한 점유물인가?
지난해 4월 ‘사이언스’ 지는 하루 수만 명의 연구자가 방문하는 논문 아카이브 서비스인 ‘사이허브(SciHub)’를 해적지로 지목한 바 있다. 학술 논문의 ‘파이어리트 베이(Pirate Bay)’로 불리는 곳이다.
디지털 논문 판매로 몸집을 키워온 글로벌 논문 출판사들엔 그야말로 눈엣가시인 사이트다. 실제로 학술 전문 대형 출판사 엘스비어는 지난 2015년 6월 사이허브를 저작권 위반으로 미국 뉴욕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사이허브’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5500만 건에 달하는 논문을 자유스럽게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부분 공공자금 지원으로 이루어진 연구 논문이 일부 기관을 위해 사용되고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데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사이허브’ 의 운영자 알렉산드라 엘바키얀은 대학 시절, 자신이 찾던 논문에 접속할 수 없다는데 한계를 느껴 ‘사이허브’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을 지닌 많은 과학자들을 위해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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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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